아, 육체는 서러워라. 내 모든 책을 다 읽었건만.
빠져 나가리라 저 멀리로!
나는 아노니, 미지의 물거품과 하늘사이에
술취한 듯 떠도는 새들을!
바다에 잠긴 이 가슴을 아무 것도 붙잡지는 못하리라.
눈동자에 어리는 지난날의 뜰도, 오, 수 많은 밤도!
흰 빛이 버티는 허무한 종이 위를
비치는 램프의 적막한 불빛도
아기에게 젖 물린 젊은 여인도.
나는 떠나가리라. 기선은 바람에 흔들리며
먼 나라를 향해 닻을 올리는구나!
잔인한 희망으로 황폐해진 권태는
아직도 흔드는 손수건의 마지막 작별을 생각하는가?
어쩌면 이 배도,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에 휘말려
조각난 배에 바람만 불어칠지도 모르리.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기름진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듣거라, 저 사공들의 뱃 노래를.
- 바다의 소슬바람 / 말라르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