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술의 신) 만큼 강렬한 것이 달리 있을까.
그처럼 아름답고, 공상적이고, 열성적이고, 우울한 것이 또 있을까.
주신은 영웅이며 마술사다.
유혹자 이면서 사랑의 신과 형제간이다.
그는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아름답고 불가사의한 시인의 마음으로 충만시킨다.
그는 나라고 하는 고독의 농부를 임금님으로,시인으로,현자로 만든다.
텅 비어 버린 생명의 조각배에 새로운 운명을 싣고, 난파한 것들을 커다란 생명의 분류 속에 되돌려 보내준다.
술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술도 귀중한 모든 선물이나 예술과 똑같다.
그것은 사랑받고 구함을 받고, 이해 받고, 노력에 의해서 획득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무수한 사람을 죽인다.
주신은 사람들을 늙히고 죽이며 사람 안에 깃들어 있는 정신의 불꽃을 꺼버린다.
하지만 주신은 또 그 사랑하는 아들을 연회에 초대하여 그들을 위해서 행복의 섬에 무지개의 다리를 놓아준다.
그들이 지치면 주신은 머리맡에 베게를 받쳐 베어주고 그들이 슬픔의 포로가 되었을 땐 친구와 같이 인자한 어머니와 같이 사랑스럽게 껴안아 준다.
주신은 혼란된 인생을 대견한 신화로 바꾸어 힘찬 현금으로 창조의 노래를 들려 준다.
주신은 또 어린애와 같아 길고 명주결같은 굽은 머리와 가느다란 어깨와 부드러운 손발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님의 가슴에 파묻혀 가느다란 얼굴을 들어 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스런 커다란 눈으로 놀라 꿈꾸듯이 님을 바라본다.
그 눈 깊숙한 곳에 낙원의 회상과 잃어 버리는 일 없는 신의 아들의 얼굴 모습이 숲속에 새로 용솟음친 우물과도 같이 싱싱하게 번쩍이면서 물결쳐 온다.
달콤한 주신은 살랑거리며 봄바람을 기다리는 넓은 강과 같다. 또 차가운 창파 위에 태양과 폭풍우를 싣고 흔들거리는 거친 바다와도 같다.
- 헤르만 헷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