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가랑비가 내렸다. 지금도 이따끔
가볍게 비가 흩뿌리고 비구름 하늘을 지나가고 있다.
나는 꽃 시들어 떨어진 사과나무 밑에 홀로 서 있다.
나는 숨을 깊이 몰아 쉬었다.
사과나무는 어느 것 하나 열매를 맺지 못했다.
다만 사방에 깔려있는 풀들만이 비 맞은 뒤
이슬방울을 달고 있을 따름이다.
아, 이 산뜻한 대기에 취한 향기를 어떻게 다 말하리.
나는 이 대기를 허파 가득이 빨아들이켰다.
나의 가슴으로 그 감미로운 향기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숨을 내쉬며 공기를 자꾸 들이마셨다.
어떻게 공기를 마셔야 할지 몰라서 어쩌다가는 눈을 뜬 채
때로는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아, 이게 자유라는 것일 게다.
우리들로부터 굴레를 벗어버리게 하는 오직
하나의 값진 자유라는 것일 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그리고 이곳에서 숨을
내쉬며 들이마시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아무리 감미로운 술도
또한 아무리 달콤한 여자의 입술도
나로선 이 대기에 비길 바 못된다.
이 꽃과 이 습기, 이 신선함을 듬뿍 머금고 있는
대기보다 더 감미로운 것은 아마도 없으리.
5층 건물의 야수같은 우리 속에 짓눌리고 있는
조그맣고 하찮은 정원일지라도 좋다.
나는 총알 쏘아대는 것같은 모터사이클 소리를
북을 치는듯한 확성기 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비 온 뒤의 사과나무 밑에서 한동안 더 숨쉬련다.
아, 나는 좀더 살련다.
- 호흡 The Breath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 러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