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시

가을날 - 릴케

by arthoyone-아르토요네 2025. 4. 28.

 

가을풍경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 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에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구를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헤맬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체코,독일 1875-1926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