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많은 알맹이에 견디다 못해
반쯤 방싯 벌려진 단단한 석류여,
스스로 눈을 떠서 황홀해 하는
고결한 이마를 나는 보는 것만 같다.!
오, 방싯 입 벌린 석류여,
네가 겪어 온 세월이
오만스럽게도 너희들로 하여금
애써 이룬 홍옥의 간막이를 삐꺽거리게 해도,
또한 껍질의 메마른 황금이
어떤 힘에 눌려
찢어진 빨간 보석의 과즙이 되어도
그래도, 그 빛나는 균열은
비밀의 얼개를 지닌
내가 지닌 영혼을 생각케 한다.
- 석류 / 폴 발레리 paul valery 프랑스 1871-19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