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기어다니는 진흙 땅에
내 손수 깊은 구덩이를 파리라.
거기 내 늙은 뼈를 편히 쉬게 묻어
물속의 상어처럼 망각 속에 잠들리라.
나는 유서를 싫어하고 무덤을 증오한다.
죽어 부질없이 남의 눈물을 바라느니
차라리 내 산채로 까마귀를 불러
더러운 뼈 마디를 쪼아 먹게 하리라.
오 구더기여! 눈도 귀도 없는 어둠의 동반자여
널 위해 부패의 아들, 방탕의 철학자
환영받을 불량배의 사자는 왔다.
주저없이 내 송장에 파고들어
죽음속에 죽은, 넋없는 썩은 살 속에서
구더기여, 내게 물어보라.
이제도 괴로움이 남아있느냐고.
- 죽음의 기쁨 / 샤를 보들레르 Charles-Pierre Baudelaire 프랑스 1821-18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