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 빠진 좁다란 사립문을 열고
나는 조그만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침 햋빛이 사방에 다정히 비친다.
꽃 포기마다 이슬 방울이 반짝인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날 그대로의 모든 것을
나는 또 거기서 보았다.
서로 엉킨 담장이풀의 푸른 터널
그 아래 놓인 의자
분수는 오늘도 예나 다름없이
은빛으로 속삭이고
한 그루의 버드나무는
그칠줄 모르는 서러움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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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예나 다름없이 몸부림 치며
예나 다름없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백합꽃...
오가는 종달새마저 예나 다름이 없다.
거기다 또 나는 찾아냈다.
수풀 속 그윽한 곳
힘 없는 속새풀 냄새 속에
예나 다름없이
덧없는 듯 서 있는
석고가 떨어지려는
베레타 상을.
- 3년후 / 베를레에느,Paul Verlaine,1844-1896, 프랑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