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크리스마스,로멘스,허진호감독,한석규,심은하외,1998.1.24 -
잔잔한 영화...영화 다운 영화... CG가 판을 치는 요즘 영화와는 360도 다른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 보다보면 은근히 영화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 그러나 슬픈영화.
영화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한국 최고의 멜로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가 개봉된지 25년이 넘어가는데 인생은 짧고 영화는 길다...? 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한석규는 창백하고 무표정한, 그러나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주차단속 직원인 심은하는 무단 주차한 시민들과 말 싸움하고 다투며 매일매일 힘든 하루를 보낸다.
인연이란 우연한 기회에 생겨나고 깊어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사진관 주인장 한석규는 더위에 기진맥진한 심은하를 따뜻하게 대해 준다.
심은하는 한석규의 배려심에 점점 마음을 열고...
심은하가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닐 것 같다.
내가 봐도 주차 단속원으로 일하는 것이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심은하는 여성이지 않은가?
요즈음 주차단속은 자동차 지붕위에 CCTV같은 걸 달아놓고 무자비?하고 번개같이 휙휙 찍어대면 그만이다. 글고 며칠 후엔 주차위반 딱지가 날라 오겠지. 주차 단속원이 사람들과 실랑이하며 거리를 단속하는 옛 티코차량이 귀엽고 정겹다.
영화속의 사진관 모습. 여러분도 이런 사진관에 필름을 맡겨 보신 적 있나요?
- 동작동 국립묘지의 충혼 조각상을 흑백필름으로 찍고 인화한 사진 -
본인도 학생 때 사진에 미친 적이 있었다.
본인이 얼마나 사진을 좋아 했냐 하면 대학교 다닐 때 사진써클도 가입하여 기술고문의 역할도 했다. 그리고선 MT라도 갈 때면 그 많은 과 학생들의 단체사진은 본인이 다 찍어주고 인화 해 주었다. 그래서 별명이 찍사였다.
방안에 암실을 만든답시고 조그마한 공간에 칸막이를 만들어 확대기와 여러 가지 도구를 마련하여 시큰한 식초냄새를 맡으며 흑백필름을 현상하고 인화 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는 훗날 직업으로서 나의 사진관을 꿈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와서 사진관을 차리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가끔씩 들여다 보면 끝이다. 이제 사진관이 성업하던 시절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얼마전에 여권사진을 사진관에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뽀샵을 너무 기가 막히게 해 주신 것이었다.
얼굴의 점은 한개도 없고 갸름한 얼굴에 입가의 미소까지 추가시켜 주셨다. 소멸 해가는 사진관 사장님의 생존을 향한 엄청난 기술인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황홀하고, 재미있고, 멋진 취미이자 낭만이며, 로망이다. 그래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비싼 고급 SLR,일안리플렉스 카메라를 구매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짧은 인생, 스쳐가는 현재의 순간을 영원하게 기록하고 간직하려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