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이 걷던 그 때가 마지막이었구나.
오, K여!
그래. 그게 최후였다.
둘이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비 갠 그날 우리 둘이서
해 뜬 넓은 길을 한 우산 속에
몸을 감추고 분주히 걸었다.
요정의 방인 것처럼
우리는 몸을 가까이 하고
마침내 손에 손을 꼭 쥐고!
우리는 별로 말이 없었다.
심장이 너무 뛰어
서로 그걸 눈치챘다.
둘이는 얼굴이 확확 달아 올라
그 까닭을 파라솔에서 비치는 햇살 탓으로 가장했다.
아, 너는 정녕 천사였지!
조용히 땅만 내려다 보고
그 갈색의 머리칼을
하이얀 목덜미에 늘어 뜨리며!
"지금 우리의 등 뒤 하늘에는
어쩜 무지개가 서 있을거야" 하고
내가 말했다.
"게다가 저 창이 있는 곳에
메추리란 놈이 한번 더 즐겁게 울 것 같애!"
걸으며 난 이렇게 생각했었지.
우리의 옛날 천진한 장난을
내 고향 그 마을을
그헤아릴 길 없는 기쁨을...
- 에두아르트 뫼리케 1804-1875,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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