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세계의 명시10 호흡 - 솔제니친 지난 밤 가랑비가 내렸다. 지금도 이따끔가볍게 비가 흩뿌리고 비구름 하늘을 지나가고 있다. 나는 꽃 시들어 떨어진 사과나무 밑에 홀로 서 있다.나는 숨을 깊이 몰아 쉬었다.사과나무는 어느 것 하나 열매를 맺지 못했다.다만 사방에 깔려있는 풀들만이 비 맞은 뒤이슬방울을 달고 있을 따름이다. 아, 이 산뜻한 대기에 취한 향기를 어떻게 다 말하리.나는 이 대기를 허파 가득이 빨아들이켰다.나의 가슴으로 그 감미로운 향기를 느꼈다.그래서 나는 숨을 내쉬며 공기를 자꾸 들이마셨다.어떻게 공기를 마셔야 할지 몰라서 어쩌다가는 눈을 뜬 채때로는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아, 이게 자유라는 것일 게다.우리들로부터 굴레를 벗어버리게 하는 오직하나의 값진 자유라는 것일 게다.그래서 나는 이렇게, 그리고 이곳에서 숨을내쉬며.. 2025. 3. 31. 희망 - 쉴러 보다 더 나은 미래의 훗날에 대해 사람들은 많이 이야기 하고 꿈을 꾼다.행복한 황금의 목적을 바라그들이 뛰고 추구함을 우리는 본다.세상은 늙고 다시 또 젊어지나인간은 항상 개선을 바란다. 희망이 그를 삶으로 이끌어 준다.희망은 명랑한 소년을 감싸 나부끼고그 마술의 빛은 청년을 유혹한다.희망은 백발 노인과 같이 묻히지 않는다.무덤 속에 지친 여정을 끝맺더라도무덤 위에 그는 희망을 심기에. 그것은 바보의 뇌리에서 만들어진허황된 아첨의 환상이 아니다.마음 속, 높은 소리 들려준다. 보다 더 나은 것을 위해 우리 태어났다고.마음속 소리가 말하는 것그것은 희망의 영혼을 속이지 않는다. - 희망 / 쉴러 Schiller,1759-1805,독일 - 2025. 3. 30. 할마시 메그 - 존 키츠 할마시 메그 그녀는 집시였다.황야에서 살았다.그녀의 침대는 갈색 황야의 잔디.그녀의 집은 문 바깥. 할마시 메그의 사과는 거무스름한 나무딸기.그녀의 건포도는 수수깍지.그녀의 포도주는 야생 백장미의 이슬.그녀의 책은 교회 묘지의 비석이었다. 그녀의 형제들은 울퉁불퉁한 산그늘.그녀의 자매들은 낙엽송들.홀로 그녀의 대가족과 함께할마시 메그는 제멋대로 살았다. 많은 아침 그녀는 아침밥을 굶었었고.많은 정오 점심을 굶었었다.그리고 저녁밥대신 그녀는달을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그러나 매일아침 신선한 인동덩굴로그녀는 꽃다발을 만들었다.그리고 매일 밤 검은 골짜기 주목나무를짰었고 노래하곤 했었다. 늙은 갈색 손가락으로그녀는 등심초 매트를 짰고그녀가 덤불숲 속에서 만났던오두막집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주었다. 할마시 메그.. 2025. 3. 28. F에게 - 포우 사랑받기를 바라나요? 그러시면지금의 오솔길을 열심히 걸어 가세요. 있는 그대로의 당신 모습을 지녀당신 아닌 다른 것이 되려고 생각 말아요. 그러면 당신의 그 멋진 자태와아름다움을 넘어선 그대의 아릿다움은 끝내는 세상 사람들의 한없는 칭찬이 될 것이에요. 그리고 사랑은 숙명처럼 오게 마련이에요. - F에게 / 포우 - 2025. 3. 12. 봄속에서 인지 꿈속에서 인지 - 릴케 봄속에서 인지 꿈속에서 인지나는 언젠가 그대를 만난 일이 있어요.그런데 우리는 지금 가을 속을 함께 걷고 있지요.그대는 내 손목을 꼭 쥐며 울고 있어요. 그대가 울고 있는 것은 몰려가는 구름 때문인 가요.아니면 핏빛으로 물든 빨간 잎사귀 때문인 가요.아마 그 때문은 아니겠지요. 나는 알고 있어요. 봄속에서 인지 꿈속에서 인지한때 그대는 행복했던 몸... - 봄속에서 인지 꿈속에서 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체코.독일 1875-1926 - 2025. 3. 10. 음악 - 샤를 보들레르 음악은 때때로 바다처럼 나를 사로 잡는다.나는 출범한다.창백한 별을 향해, 자욱한 안개 밑으로때로는 끝없는 창공 속으로. 돛대처럼 부푼 가슴앞으로 내밀고밤에 묻혀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나는 탄다. 나는 느낀다. 신음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진동함을순풍과 폭우가 그리고 그 진동이나를 흔든다. 광막한 바다 위에서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 음악Music / 샤를 보들레르 Charles-Pierre Baudelaire 프랑스 1821-1867 - 2025. 3. 10. 내 사랑 너를 위해 - 프레베르 나는 새 시장을 갔다. 거기서 새를 샀다.내 사랑너를 위해. 나는 꽃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꽃을 샀다.내 사랑너를 위해. 나는 고철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사슬을 샀다.무거운 사슬을내 사랑너를 위해. 그리고 나서 노예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너를 찾았다.그러나 너는 없었다. 내 사랑. - 내 사랑 너를 위해 / 자크 프레베르 1900-1977 프랑스 - 2025. 3. 8. 눈 - 구르몽 시몬, 눈은 너의 목처럼 희고시몬, 눈은 너의 무릎처럼 희다. 시몬, 너의 손은 눈처럼 차갑고시몬, 너의 가슴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의 키스에만 녹고너의 가슴은 이별의 키스에만 녹는가?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서 슬프지만그대 이마는 밤색 머리칼 아래 슬프다. 시몬, 그대의 동생 눈은 정원에 잠들고 있다.시몬, 그대는 나의 눈, 나의 사랑. - 눈 / 레미 드 구르몽 Ramy de Gourmont 1858-1915 - 2025. 3. 8. 별들의 노래 Song of Stars - 카롯사 내일이면 많은 별들이 반짝이리라. 내일이면 그대는 내가 그리워 울면서 텅빈 창문을 들여다 보리라. 그리고는 빛나는 먼 곳으로 달아나리라. 그리하여 많은 별들이 잔잔하고 조그마한 별들이 온통 두 줄기 해맑은 눈물 너머로 태양처럼 커다랗게 떨려 보이리라. - 별들의 노래 / 한스 카롯사 Hans Carossa 1878-1956 독일 - 2025. 3. 8. 사디의 장미 - 발모르 오늘 아침 그대에게 장미를 바치려 했어요. 그러나 꼭 졸라맨 허리띠 안에 너무나 많이 꽂아꼭 죄인 허리띠는 많은 장미를 지닐 수 없었어요. 허리띠 매듭은 터지고 장미들은 바람에 날려전부 바다쪽으로 가버렸어요.장미는 물을 따라 흘러가서영영 돌아오질 않았어요. 파도는 빨갛게 물들어 마치 불타는듯 했지요.그러나 오늘 저녁, 내 옷이 아직 장미로 향긋하니... 느껴보세요내 몸에서 향기로운 추억을. - 사디의 장미 Sadie's Rose / 발모르 Marceline Desbordes - Valmore - 2025. 3. 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