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좋은시42 사랑이 없는... Without Love 나는 절대의 고독. 나는 텅빈 허공. 나는 떠도는 구름. 나에겐 모양이 없고. 나에겐 끝 간데 없고. 나에겐 안식이 없다. 나는 집이 없고. 나는 안 가는데 없다. 나는 무심한 바람이다. 나는 물에서 몰아가는 흰 새. 나는 수평선. 나는 기슭에 닿지 못할 파도. 나는 모래 위에 밀어 올려진 빈 조개 껍질. 나는 지붕 없는 오막살이 비치는 달빛. 나는 언덕 위 헐린 무덤 속의 잊혀진 사자. 나는 물통에 손수 물을 나르는 늙은 사나이. 나는 빈 공간을 지나는 광선. 나는 우주 밖으로 흘러가는 사라지는 별. - 캐슬린 레인, Kathleen Raine,1908-2003,영국 - 2025. 5. 22. 아름다운 시 - 바다가 그립다. 나는 다시 바다로 가련다.그 호젓한 바다, 그 하늘로.내가 바라는 건 다만 키큰 배 한 척과방향을 잡아줄 별 하나그리고 바다위의 뽀얀 안개와뿌옇게 동트는 새벽뿐. 나는 다시 바다로 가련다.조수가 부르는 소리.세차고 뚜렷이 들려와 나를 부르네.내가 바라는 건 다만 흰구름 흩날리고물보라 치고 물거품 날리는바람 거센 날, 그리고 갈매기의 울음뿐. 나는 다시 바다로 가련다.그 떠도는 집시의 생활로.갈매기 날고 고래가 헤엄치는 칼날같은 바람부는 바다로. 내가 바라는 건 다만 낄낄대는 방랑의친구 녀석들이 지껄이는 신나는 이야기와오랜 일 끝난 후에 오는 기분좋은 잠과 달콤한 꿈일뿐. - 존 메이스필드,John Masefield,1878-1967,영국 - 2025. 5. 18. 빛나는 별이여 - 존 키츠 빛나는 별이여, 나 너처럼 변함없는 존재이길 바라노라.너처럼 홀로 빛나면서 밤하늘에 높이 걸려자연계의 잠 잊고 정진하는 은둔자 되어인간 세계 기슭 정결히 씻어주는출렁이는 저 바다 물결을사제다운 근면함을영원히 뜬 눈으로 지켜보고자 함이 아니고또한 쓸쓸한 벌판에 사뿐히 내린백설의 새 단장을 지켜보잠도 아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다만 나는보다 더 한결같이, 보다 더 변함없이내 아름다운 님의 무르익은 젖가슴 베개 삼아 그 보드라운 오르내림을 영원히 느끼면서감미로운 설레임 속에 영원히 잠깨어내님의 고운 숨결 들으며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영원토록 살고자 함이니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나 여기에아련히 숨을 거두고 말리라. 2025. 5. 9.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냐구요? - E.브라우닝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냐구요? 헤아려 보죠.비록 그 빛 안 보여도 존재의 끝과영원한 영광에 내 영혼 이를 수 있는그 도달할 수 있을만큼 사랑합니다. 태양 밑에서나 촛불 아래서나하루와 하루의 얇은 경계마저도 사랑합니다.권리를 주장하듯 나는 당신을 자유로이 사랑합니다.칭찬을 외면하듯 나는 당신을 순수하게 사랑합니다. 내 지나간 슬픔에 바쳤던 정열로내 어릴적 믿음으로 사랑합니다.세상 떠난 성인들과 더불어잃은줄만 여겼던 사랑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한평생을 숨결과 미소, 눈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만일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면 죽어서도 더욱 사랑할 것입니다. 2025. 5. 9. 왜 내가 오늘밤 웃었을까? - 존 키츠 왜 내가 오늘밤 웃었을까? 아무 목소리도 말할 수 없으리라.어떤 신도, 엄중한 응수를 하는 어떤 악령도대답해 주지 않는다. 천국에서나 지옥으로부터.그래서 나의 인간의 마음에 즉시 나는 향한다. 마음이여! 너와 나만이 여기서 슬프고 외롭구나.그래 왜 내가 웃었을까! 오 치명적 고통이여!오 어둠이여, 어둠이여! 언제까지나 나는 신음해야 한다. 천국과 지옥과 마음에 물어봐도 헛일이다.왜 내가 웃었을까? 나는 이 존재의 차용 기간을 알고 있고내 공상은 최고도의 지복으로 날개를 펴노라. 그러나 내가 바로 이 한밤중에 죽어,이 세계의 현란한 깃발들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것을 보았으며!시, 명성, 그리고 미는 정말로 강렬하다.그러나 죽음이 한층 더 강렬하다... 죽음이야말로 삶의 최고의 보상이다. - 존 키츠 - 2025. 5. 7. 산골 마리 - 버언즈 몽고메리섬 근처의 산기슭이여둔덕이여, 흐르는 시냇물이여나뭇잎은 푸르르고 꽃들은 아름답고시냇물은 맑고 깨끗하였다. 그곳의 여름날은 빨리도 찾아들어그곳에 오래도록 머물렀다.그 산기슭에서 산골 처녀 마리에게나는 마지막 작별을 했다. 오, 지난날 뜨겁게 입맞추던장미빛 그 입술은 이제 빛을 잃었고은은한 눈매로 나를 보아주던그 빛나는 눈동자는 영영 닫혀버렸다. 나를 사랑하던 지난날의 마음마저이제는 말없는 흙덩이가 되었는가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이제도 산골 마리는 살아있다. - 버언즈,Robert Burns,1759-1796,스코틀랜드 - 2025. 5. 6. 들장미 - 괴에테 사내아이는 보았네.들에 핀 장미를그 아침처럼 싱그럽고 아름다움을가까이 가서 잘 보려고사내아이는 보았네. 기쁨에 넘쳐.장미여, 장미여, 붉은 장미여들장미여. 사내아이는 말했네 내 너를 꺾을테야.들에 핀 장미를.장미는 말했네, 꺾기만 해 봐라 찌를테야.언제까지나 나를 잊지 않도록나도 꺾이고 싶진 않은 것을장미여, 장미여, 붉은 장미여들장미여. 난폭한 사내아이는 꺾었네.들에 핀 장미를.장미는 거절하며 찔렀습니다.그러나 아무리 울어봐도 소용없는 것을...장미는 꺾이고 말았습니다.장미여, 장미여, 붉은 장미여들장미여. - 괴에테 - 2025. 4. 29. 추억 - 뫼리케 우리 둘이 걷던 그 때가 마지막이었구나.오, K여!그래. 그게 최후였다.둘이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비 갠 그날 우리 둘이서해 뜬 넓은 길을 한 우산 속에몸을 감추고 분주히 걸었다. 요정의 방인 것처럼우리는 몸을 가까이 하고마침내 손에 손을 꼭 쥐고! 우리는 별로 말이 없었다.심장이 너무 뛰어서로 그걸 눈치챘다. 둘이는 얼굴이 확확 달아 올라그 까닭을 파라솔에서 비치는 햇살 탓으로 가장했다.아, 너는 정녕 천사였지! 조용히 땅만 내려다 보고그 갈색의 머리칼을 하이얀 목덜미에 늘어 뜨리며! "지금 우리의 등 뒤 하늘에는어쩜 무지개가 서 있을거야" 하고내가 말했다."게다가 저 창이 있는 곳에메추리란 놈이 한번 더 즐겁게 울 것 같애!" 걸으며 난 이렇게 생각했었지.우리의 옛날 천진한 장난을내 고향 그 마.. 2025. 4. 29. 가장 사랑스런 나무 - 하우스먼 가장 사랑스런 나무, 벚나무는 지금가지마다 활짝 핀 꽃을 두르고부활제 때의 하이얀 옷 걸치며숲속 오솔길에 늘어서 있네. 일흔 해의 내 생애 중에스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니일흔 해의 봄에서 스물을 뺀나머지 내 목숨은 오직 쉰 뿐. 활짝 핀 꽃을 바라보노라면쉰 개의 봄날은 작은 공간인 것을눈송이로 달려있는 벚꽃을 보러숲속 오솔길로 나는 가려네. - 하우스먼, Alfred Edward Houseman,영국, 1859-1936 - 2025. 4. 28. 가을날 - 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들판에 바람을 풀어 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 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에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합니다.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살 것이며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구를 때면 불안스러이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헤맬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체코,독일 1875-1926 - 2025. 4. 28.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